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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 종 출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이사 |
| ⓒ 성주신문 |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정책만큼 정권의 명암을 좌우하는 정책도 드물다. 선거철이면 여야를 막론하고 집값 안정을 약속하고, 정권이 출범하면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 또는 규제 강화와 세금 정책을 앞세운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반복된 정책에도 국민은 여전히 "집값은 왜 잡히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익숙하게 집값만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제는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간단명료하게 할 수 있는 질문이다. 집값을 누가 올리고 누가 내리는가를 따지기에 앞서, 집은 과연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집은 인간이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공간이다. 헌법이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이유도 결국 안정된 삶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주거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직결되는 생활의 토대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우리에게 집은 비중이 가장 큰 재산이다. 평생 모은 자산이 집 한 채에 담겨 있고, 노후의 안전망도 주택 가격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집은 거주의 공간이면서 투자 자산이라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모든 갈등이 시작된다.
무주택자는 집값이 내려가야 희망이 생긴다고 말한다. 반대로 집을 가진 사람은 평생 모은 재산 가치가 하루아침에 떨어지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어느 쪽도 틀린 말은 아니다. 서로 다른 처지에서 서로 다른 권리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딜레마에 빠진다. 집값이 계속 오르면 청년과 서민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지고 사회적 박탈감이 커진다. 반대로 급격한 하락은 가계 자산을 위축시키고 금융시장과 건설산업까지 흔들 수 있다. 정부는 폭등도 막아야 하고 폭락도 막아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은 언제나 비판을 받는다. 규제를 강화하면 시장을 억압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규제를 완화하면 투기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어느 정권도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정부만 탓하는 것으로는 답을 찾기 어렵다. 시장은 결국 국민이 만든다. 수요가 몰리면 가격은 오르고, 거래가 끊기면 가격은 내려간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의 심리가 시장을 움직인다. 정부는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어도 시장의 모든 선택을 대신할 수도 강요할 수도 없다.
우리 사회에도 돌아볼 점이 많다. 집값은 안정되기를 바라면서도 자신의 집값만은 오르기를 기대하는 이중적인 심리가 존재한다. 내 집은 자산이고 다른 사람의 집은 정책 대상이라는 생각으로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기 어렵다. 부동산은 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공동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국민이 함께 이길 수 있는 길은 없을까.
필자는 그 해답이 '가격'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높은 집값만이 아니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정책도 두려워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세금이 바뀌고 대출 기준이 바뀌며 공급 계획이 흔들리면 시장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정책을 통해 집값을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내리겠다는 목표보다, 누구나 앞으로의 제도를 예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공급 계획은 장기적으로 일관성을 유지하고, 세제는 급격한 변화를 줄이며,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국민에게도 변화가 필요하다. 집을 단기간의 시세 차익만으로 평가하는 문화에서 조금씩 벗어나야 한다. 실거주 목적의 주택은 안정적으로 보호받고, 순수한 투자는 그에 맞는 책임도 함께 지는 사회적 원칙이 자리 잡아야 한다. 아파트 한 채가 노후보장과 교육, 자산 형성의 거의 전부가 되는 구조도 장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다양한 투자처 마련과 안정적인 노후 제도가 준비된다면 주택에만 과도한 자산이 집중되는 현상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 문제는 결국 금융과 복지, 건설과 교육 정책까지 함께 연결된 종합 과제인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목표를 '집값'에서 주거 안정 으로 옮기는 일이다. 집값이 조금 오르거나 조금 내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무주택자는 내 집 마련의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기존 주택 소유자는 과도한 불안 없이 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어느 한쪽만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결국 부동산 정책의 성공은 어느 계층의 승리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신뢰를 얻는 데 있다.
정부는 시장을 적으로 보지 말고, 시장 역시 정부를 불신의 대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정부는 예측 가능한 제도를 만들고, 국민은 책임 있는 시장 참여자가 될 때 비로소 주거권과 재산권은 충돌이 아니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부동산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한 사람의 삶이고, 한 가정의 역사이며, 한 사회의 신뢰를 비추는 거울이다. 집값을 잡는 정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일이다. 그 목표를 잊지 않을 때 비로소 정부도 국민도 함께 웃을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이 가능해 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