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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사회종합

‘황성공원은 피곤하다’

이채근 기자 입력 2007.04.30 09:46 수정 0000.00.00 00:00

수십 년 간 사유지 매입 못해 공원 내 슬럼화 부추겨

현장고발

카메라 속으로

ⓒ 경주신문사

‘황성공원은 피곤하다’
수십 년 간 사유지 매입 못해 공원 내 슬럼화 부추겨
종합적인 관리시스템 부재로 시설만 계속 들어서

역사문화도시 경주의 중심부에 있으면서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을 받고 있는 황성공원은 2천년 이상의 역사를 품에 안은 고성숲이 있었던 곳으로 중·장년층에겐 황성공원이란 이름보다 고성숲이란 이름이 더 익숙한 곳이다.
소금강자락에서 임정수(숲)~고양수(고성숲)~유림(숲)~형산강으로 연결된 경주 동서녹지축의 중심부였던 황성공원은 수해방지, 방풍림, 신라왕들의 사냥터이기도 했다. 따라서 황성공원은 단순한 도시공원이 아니라 역사공원이요, 경주시민들의 생명의 공원인 것이다.
197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황성공원의 숲은 지금의 2배가 넘었다고 하나 점차 녹지면적이 줄어들어 현재 전체공원면적에 20%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유지 방치로 공원 슬럼화 부추겨=경주시 자료(2007년 4월 현재)에 따르면 황성공원의 총 면적은 89만6천500㎡(27만1천190평), 국공유지가 63%로 56만5천807㎡(17만1천157평)(국유지 8%, 도유지 2%, 시유지 53%), 사유지가 33만693㎡(10만34평)으로 37%이다.
경주시는 지난 1975년 도시계획으로 황성공원 조성계획을 세웠으나 예산이 부족해 2001년까지 사유지 매입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으나 진척을 보이지 못하다가 최근 남장마을을 정리하면서 조금이나마 상황이 좋아 졌지만 황성공원 내의 환경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 경주신문사 

지난 3월경 경주시는 황성공원 내 체육시설 증가로 황성근린공원조성계획을 수립했는데 문제는 600여억 원에 달하는 사유지를 매입할 예산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 경주시는 매입계획만 세워두고 오랫동안 예산타령만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황성공원은 피곤하다=황성공원에 실내체육관, 주차장, 황성공원 관통도로가 생기면서 공원은 사실상 동서로 양분되고 말았다.
여기에 각종 대형 행사 때마다 붐비는 차량과 사람들, 곳곳에 들어선 불법 포장마차 등으로 황성공원은 피로 누적으로 신음하고 있다.
기자가 황성공원 둘러보았을 땐 공원 곳곳에 각종 폐기물이 쌓여있어 마치 거대한 쓰레기장을 방불케 해 한때 경주시민이 자랑하던 역사의 숲, 생명의 숲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 경주신문사

▶사유지 매입해 황성공원 제대로 관리를=황성공원을 제대로 관리하고 땅 소유주들이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유지 매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지가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오르면 올랐지 내려가지 않는 것이 통례이다. 황성공원 내 사유지 매입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빠르게 진행하지 않는다면 예산만 더 들어가고 수려했던 과거의 황성공원의 모습을 찾기는 그만큼 늦어질 것이다.

▶황성공원 지키는 것은 모두가 할 일=지난 2000년 기자가 황성공원을 심층 취재할 때만 하더라도 도토리를 채취하기 위해 나무를 훼손하는 경우나 숲속에서 취사행위를 하는 행위 등이 자주 눈에 띠었으나 최근에는 이런 모습은 그리 많지는 않다.
그러나 경주시의 관리 소홀을 틈타 구석구석에 쓰레기를 버리는 얌체족들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또 행사 때마다 황성공원 바로 옆이나 안에는 불법 음식점들이 진을 쳐 숲을 훼손하고 있고 주변 주차장이나 공터에는 대형 화물차들이 황성공원을 지탱하고 있는 나무들을 위협하고 있다. 신음하고 있는 황성공원, 경주시의 체계적인 관리와 시민들의 애정으로 후손들에게 생명의 숲을 물려줄 수 있도록 뜻을 모아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경주신문사 


글=이성주 기자
사진=이종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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