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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사회종합

삼국유사가 전하는 용연(龍淵) 전설의 진실게임

이채근 기자 입력 2007.04.30 10:13 수정 0000.00.00 00:00

“만파식적의 길” 역사기행 중

삼국유사가 전하는 용연(龍淵) 전설의 진실게임

↑↑ 용연
ⓒ 경주신문사

지난 4월 14일 경주학연구원 “만파식적의 길” 역사기행 중 아직도 눈에 선하고 귀에 아른거리는 ‘모차골 - 세수방, 용연폭포에 이르는 산들바람과 싱싱한 풀내음 그리고 지칠줄 모르고 아래로만 달리는 물소리’는 최근의 어느 답사보다도 추억이 깃들고 또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코스였다.

“신문왕이 동해의 작은 산에서 얻었다는 옥띠에 달린 옥장식 하나를 태자이공(훗날 효소왕)이 개울물에 담그자 용이되어 하늘로 올라가고 그곳은 작은 연못이 되어 용연(龍淵)이라 불렀다”는 전설이 천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물에 녹아 흐르는 용연폭포에서 앞다투어 기념사진을 찍고 기림사와 감은사로 발길을 옮겼다.

저녘 무렵 감은사 금당터 앞에서의 이근직 선생님의 종합적인 당일유적답사 종합설명 중에 깜짝 놀랄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에 어느 학자 한 분이 삼국유사에 실린 만파식적에 관한 전설 내용이 후대에 만들어낸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오늘날의 과학적인 사고로 교육받은 우리들에게 용이 승천했다는 이야기를 100% 믿을 사람이야 드물지만 그것이 아니고 조금 논리적인 이야기였기에 집에 돌아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펴놓고 몇 번을 읽어보니 정말 삼국유사 기록의 오류가 내 눈에도 보였다.

삼국사기 기록에 의하면 ‘661년에 문무왕이 즉위하고 665년에 정명이 태자가 되고 681년에 정명이 신문왕에 즉위하였다. 신문왕은 태자가 되던 665년에 소판 김흠돌의 딸과 결혼을 하지만 오래도록 아들을 낳지 못해서 장인과 서운한 관계가 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흠돌은 사위가 신문왕이 된 첫 해(681년)에 파진찬 흥원, 대아찬 진공과 반역을 일으키다 사형을 당한다. 장인의 반란과 첫 부인과의 사이에 아들이 없던 신문왕은 683년에 일길찬 김흠운의 딸을 왕비로 받아들여 687년에 맏아들을 낳으니 이가 바로 691년에 태자에 봉해지고 692년에 효소왕에 즉위한 이홍(혹은 이공)이었다’

그런데 삼국유사기록에는 ‘임오년(682년) 5월 초하룻날(다른책에는 천수원년이라고 하지만 이는 잘못이다)에 바닷일 보는 관리 파진찬 박숙청이 동해에 작은 산이 감은사로 왔다갔다 한다는 보고를 듣고 천문관리의 점을 듣고 친히 나서 감은사에서 머무르다 배를 타고 동해바다에 들어가 용이 바치는 검은 옥띠를 받았고 감은사에 하루 더 묵고 음력 5월 17일에 기림사 서쪽 냇가에 수레 멈추고 점심을 먹던 차에 궁궐에 있던 태자 이공(훗날 효소왕)이 달려와 옥띠에 달린 장식을 보고 용이라고 하며 직접 하나 떼어내 개울물에 담갔더니 용이 되어 올라갔다. 그래서 이 작은 웅덩이를 용연이라 불렀다’는 전설이 지금 기림사 뒤편 계곡에 있는 아름다운 용연폭포로 전해지는데, 문제는 이 삼국유사의 기록이 삼국사기 연대와는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다. 삼국유사 기록에 의하면 682년에 이공은 태어나지도 않았다.
단지 눈여겨 볼 것은 삼국유사 기록에 의하면 신문왕이 만파식적을 얻은 해가 임오년(682)이라 하면서도 딸린 해석에 의하면 ‘다른 책에는 천수원년이라고 하지만 이는 잘못이다’라고 기록한 천수원년은 690년이다. 차라리 690년이라면 이공이 태어난 뒤이다. 그렇다쳐도 겨우 네 살인데 말타고 달려와 옥띠 장식을 떼어 냇가에 담갔다는 것도 믿기는 힘든다.

따라서 삼국유사에 전하는 만파식적의 용연에 관한 전설 중에 태자 이공이 옥장식을 떼어내어 물에 담그니 용이 되었다는 구절은 삼국사기 연대기록에 비추어 그 진실성에 하자가 있다고 본다.

전설은 어디까지나 전설일 뿐이다. 설령 일부분의 연대기록이 현재의 논리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하여도 만파식적의 전설이 없어지지도 않고 용연폭포의 물이 마르지도 않는다. 어쩌면 이해가 가지 않는 신비한 부분이 많기에 문화재 답사는 더 호기심을 부르고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는 것이 아닐까? 용연폭포에 흐르는 물방울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 그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할아버지 물방울로부터 만파식적과 용연에 얽힌 전설의 진실과 비밀을 간직한 채 말없이 흐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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