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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사회종합

복지사각지대 조손가족, 그 해법은? 제3편

이성훈 기자 입력 2011.07.20 08:50 수정 2011.08.08 04:34

갈수록 힘에 부치는 양육

복지사각지대 조손가족, 그 해법은? 제3편

갈수록 힘에 부치는 양육

게재 순서
□ 또 다른 가족형태 '조손가족'
□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
■ 갈수록 힘에 부치는 양육
□ 조손가족에 전하는 '희망의 불씨'

조손가정의 조부모는 노후의 빈곤과 질병 등으로 인해 기초 생계마저 막막한 상황이어서 경제적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아들 등 부양의무자가 생존해 있다는 이유로 국민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정부 지원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에 놓여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손자녀 양육에 엄청난 현실적 부담을 지니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손자녀들 역시 불안정한 가정환경 속에서 경제적·정서적·교육적으로 방치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는 악순환에 있다. 따라서 '복지사각지대 조손가족, 그 해법은? 제3편 갈수록 힘에 부치는 양육'은 실제 조손가정과의 인터뷰를 통해 손자녀를 양육하는 조부모의 어려움과 이들이 진정 원하는 지원책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조손가정을 찾아가다

"내가 하루 종일 밥은 굶을 수 있는데 이 담배는 절대 못 끊지. 이 (가슴)속에 생긴 화병(火病) 때문에. 그래도 그렇게 많이 피우지는 않아. 한 갑으로 4일은 가니까…"

초전면소재지에서 약 4㎞ 떨어진 어느 한적한 마을의 80세 김 모 할머니는 2명의 손자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물론 손자들의 부모와는 현재 같이 생활하고 있지 않다. 이미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리고 그 당시 며느리도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현재 손자들은 어느 정도 성장해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재학 중이다.

"내 아들 그렇게 하늘나라로 보내고, 우리 손자들이 4살, 5살일 때 그때부터 내가 맡아서 키웠지. 한 놈은 우유 먹이고, 또 한 놈은 기저귀 갈아주고 진짜 정신 없이 키웠지.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뭐라고 말도 못해"

할머니는 지난 일을 회상하자 힘들었던 기억만 떠올랐는지 인터뷰 도중 연신 눈물을 보였다. "이놈들 아빠만 살아있었어도 내가 이렇게까지 살 필요가 없는데… 이놈들이 무슨 잘못이야. 다 부모 잘못 만난 탓이지"

하지만 손자들 얘기가 나오면 어느새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기도 했다. 이 손자들이 바로 할머니의 희망이자 삶의 이유였기 때문이다.

"천만다행이야. 부모 없이 자란 아이들 같지가 않아. 이때까지 말썽부린 적도 없어. 이 두 놈이 얼마나 예의가 바른지 마을에서도 그렇고, 학교에서도 그렇고 칭찬만 듣고 다녀. 그리고 운동도 얼마나 잘 하는지 얼마 전에는 대회 나가서 상까지 받아왔더라고. 공부도 잘하고, 인물도 좋고 아무튼 칭찬이 자자해"

그렇다. 할머니의 말대로 그야말로 '다행'인 경우이다. 조손가족이라는 특성상 아이들이 부모 없는 환경에서 성장하면서 어긋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비교적 어린 나이인 탓에 조부모의 말을 잘 따르며, 주위 친구들과 별다른 차이 없이 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춘기를 지나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학교를 나가지 않고, 탈선의 길로 접어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경우 손자녀를 책임져야 하는 조부모들은 경제적 빈곤과 고령으로 인한 건강상 문제에 심리적 고통까지 더해지는 '설상가상'의 상황까지 맞이하게 된다.

조부모의 현주소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0 조손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손가정에서 손자녀의 양육을 책임지고 있는 조부모의 성별은 조사 응답자 1만2천750명 중 남성이 17.3%, 여성이 82.7%를 나타냈다. 또한 이들의 평균 연령은 72.6세였으며, 남성이 73.1세, 여성이 72.5세로 집계됐다.

또한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 소지자가 82.3%라는 높은 수치를 나타냈으며, 중졸 10%, 고졸은 5.5%에 불과했다. 이렇게 낮은 학력은 저소득 및 불안정한 직업의 주 요인이 됐고, 불안정한 직업은 결국 노년을 준비할 수 없는 상태에서 손자녀의 양육까지 맡아야 하는 힘든 상황으로 이끌고 왔다.

그리고 조사 응답자 중 배우자와 동거하고 있는 사람은 17% 정도에 불과했고, 나머지 83% 정도가 독신으로 손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여성의 경우 10명 중 1명 정도가 배우자와 함께 손자녀를 양육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조손가족은 조모와 손자녀로 이뤄진 '한조부모 가족'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6개월 이상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는 응답이 40.8%를 나타냈으며, 잦은 질병에 시달리는 경우도 약 33%에 달했다. 결국 노령으로 인한 각종 질병으로 인해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손자녀를 양육하는 경우가 약 74%를 차지했다.

기자가 직접 만난 김 모 할머니도 다리가 많이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할머니는 "벌써 내 나이가 80살이야. 지게를 13년이나 지었으니 이 다리가 아플 수밖에 없지. 이미 10년 전부터 무릎이 많이 안 좋았어"

그렇지만 다리가 불편해도 세탁기보다는 손빨래를 주로 한다고 전했다. "애들 옷 세탁기에 계속 빨면 해지기 때문에 얼마 못 가서 또 사야돼. 그래도 요즘은 날씨가 더워서 찬물에 씻을 만 해"

특히 경제적 어려움이 조손가족이 생활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의하면 조손가족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59.7만 원으로 2010년 2인 가족 최저생계비인 85.8만 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며, 전체 가구의 2/3에 달하는 가정이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월평균 생활비는 63.5만 원으로 평균소득을 초과함으로써 날이 갈수록 경제적 빈곤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결국 고령에 신체적인 질환까지 갖고 있는 조부모와 경제적 능력이 없는 손자녀는 정부나 공공기관의 지원금에 전적으로 의존해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이 바라는 것

조손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어려움과 손자녀의 학업 및 장래, 조부모의 건강, 손자녀 부모에 대한 걱정 등이 조손가족 생활 중 큰 애로사항으로 나타났다. 이 중 경제적 어려움이 76.7%로 가장 높게 나왔으며, 조부모의 건강이 44.8%를 나타냈다.

김 모 할머니의 경우 한 달 70여만 원 정도의 돈으로 손자 2명과 함께 빠듯한 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손자들의 양육비와 교육비 등을 감안한다면 70만 원은 세 식구가 살기에 턱없이 부족한 생활비다.

'무엇이 가장 힘드냐'는 기자의 질문에 할머니는 "당연히 생활비지. 이놈들 학교 가기 전에 '뭐 사야 된다, 이거 필요하다' 해서 호주머니에 손 몇 번 가고 나면 주머니가 텅텅 비어"라고 전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읍에 나갔는데 나보고 사람들이 운동 열심히 하는 손자들 잘 먹이라고 해서 정육점에 갔어. 그래서 주머니에 있는 돈 탈탈 털어서 삼겹살을 샀는데 양이 내 주먹 크기 밖에 안 되더라고. 무슨 물가가 이렇게 많이 올랐는지 원…"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 손자의 체육관비 15만 원은 당분간 지출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스포츠바우처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1년 동안 체육관비가 지원되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한날 면사무소에서 전화가 오더니 체육관비를 안 내도 된다는 거야. 난 못 먹어도 괜찮으니 이 돈으로 애들 먹고 싶다는 거 좀 사 먹여야겠어. 한창 크는 애들 잘 먹여야 되는데 형편이 넉넉지 못하니"라며 손자들에 대한 미안함을 나타냈다.

현재 성주군에는 27세대의 조손가족이 하루하루를 힘겹게 지내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비롯해 손자녀 양육의 어려움, 그리고 고령으로 인한 건강 악화 등이 조손가족의 생활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조손가정은 정상적인 가정과는 달리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이제 우리 사회는 소외된 가운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손가정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이 가족들이 밝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좀 더 다각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취재1팀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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