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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은 '더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입니다 / 도교육청 인증 수업명인 윤희광 교사

최행좌 기자 입력 2013.03.12 09:12 수정 2013.03.12 09:12

농촌학교의 문제점 극복을 위한 다양한 특색 프로그램 개발 시도 / 내가 꿈꾸던 시골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어

ⓒ 성주신문
전교생 64명의 농촌 소규모 학교인 도원초등학교가 경상북도교육청에서 실시한 2012 명품교육 인증기관으로 선정됐다. 특히 도원초 선남동부분교 윤희광 교사는 농촌학교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동아리인 '일파 12파 일파만파'를 구성해 교육관련 연구대회에서 도내 최우수 교사 연구동아리로 선정됐을 뿐만 아니라 수업명인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에 지난 7일 윤희광 교사를 만나 교육자로서의 삶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 주】

■ 수업명인으로 선정됐는데 소감과 이에 대해 소개한다면?
수업명인이란 경상북도교육청에서 각급 학교의 교실수업개선과 교사 전문성 향상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로 '우수 수업을 실천하는 교사'를 뜻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국단위 각종 교사 연구대회에서 입상한 초·중등학교 교사 등 외부 교사 초청 공개수업 실시 및 동료교사들에 대한 수업 컨설팅, 에듀스터디(eduStudy) 연수활동 지원, 지역교육청 연수 및 장학 능력 등을 경상북도교육청에서 종합적으로 심사해서 학년 말에 수업명인으로 최종 인증을 한다.
교사는 결국 좋은 수업으로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신뢰받는다. 매년 약 20명 정도의 초·중등 교사가 수업명인으로 인증을 받는데, 그 가운데 내가 있었다는 점에서 명예롭게 생각한다. 현재 성주에서는 내가 유일한 수업명인이지만 앞으로 우리 성주의 교실수업개선을 위해 책임을 공감하며 더불어 많은 후배들이 좋은 수업을 실천해 지역에서도 많은 수업명인들로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선남동부분교의 자랑거리나 학급을 자랑한다면?
선남동부분교의 경우 도원초등학교의 분교이다. 지난해까지 도원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올해 3월부터 선남동부분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게 됐는데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9명(남1, 여8)의 전교생 2개 학년이 한 학급으로 편성된 복식학급에서 선·후배가 서로 도와가며 즐겁게 공부하고 소박하게 뛰어노는 모습이 마치 가족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자랑거리라면 분교를 포함해서 도원초등학교 전체를 자랑하고 싶다. 늘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입장에서 불편한 점을 찾아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장성호 교장과 진상배 교감을 비롯해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똘똘 뭉친 13명의 교사들이 좋은 학교 만들기에 열정을 다하고 있다. 학생들도 그런 교사들의 지도를 잘 따라 소규모 학교지만 스포츠 클럽대회나 별고을 토론대회 등 지난해 각종 대회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했으며, 학부모 역시 학교에 대한 믿음과 관심,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져 이러한 교육주체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학교단위에서는 가장 명예로운 명품교육 인증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다른 학교에서는 한 번도 어려운 도 단위 이상 기관표창을 무려 7차례 수상한 경이적인 실적을 달성했다.

■ 교육연구동아리 운영자로서 연수회에서 발표한 운영사례 노하우를 소개한다면?
교육연구동아리는 경상북도교육청에서 자율적이고 실천적인 연구 풍토를 조성해 교육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동시에 교실수업개선과 우수실천 사례를 확산해 가고자 조직된 교사 연구동아리로 '에듀스터디(eduStudy)'라고 한다.
회원 구성은 자율적인 참여로 이뤄지며 우리 성주지역의 9개 동아리를 비롯해 도 단위 약 400여개의 동아리가 조직·운영되고 있는데, 우리 학교의 연구동아리 '1파(波) 12파(波) 일파만파(一波萬波)'가 경상북도 최우수 동아리로 선정됐다. 그래서 동아리 운영자인 내가 대표로 경상북도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에듀스터디 활성화 방안 연수회에 운영사례를 발표하게 됐다.
대부분의 교육연구 동아리가 교사 개인 연구대회 준비를 목적으로 활동이 이뤄지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 이와 더불어 학생 수 감소에 따른 농촌학교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특색 프로그램 개발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고 있다. 그 결과 동아리 회원 전원이 교사 연구발표대회에 출품해 전원이 입상하는 실적을 거뒀으며 학교의 특색 프로그램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 환경부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실천사례 공모전에서 전국 최우수학교 등 각종 기관대회에 출품해 표창을 받기도 했다.

■ 교직생활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나 학생이 있다면?
부모에게 아무리 많은 자식이 있어도 자식 모두 소중하듯이 나 역시 제자 모두 소중하게 기억되고 그들과 겪은 일들은 소중한 추억 속에 남아 있다. 2008년에는 34명의 제자들이 내 생일을 어떻게 알고 편지를 써 자신의 사진과 함께 코팅해 한 땀 한 땀 엮은 편지 책자를 선물로 받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또 아버지 직장을 따라 인도로 이민을 간 제자는 성인이 된 지금도 고민이 있으면 수시로 연락해 조언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유독 내 가슴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한 제자가 있다. 백혈병으로 인해 창백한 얼굴에 잦은 결석을 해 학력도 떨어지고 체력도 또래 친구들보다 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일 점심시간에 학교 주변을 함께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삶의 의지를 키워갔고, 학년말에는 병도 많이 호전되어 중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몇 년 후 졸업한 제자들이 찾아와 그 제자가 하늘나라로 먼저 갔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당시 제자가 건강이 위독해 병원을 들어가던 날 부모님께서 교실에 화분을 보내며 '화초가 잘 크면 우리 아이도 건강하게 돌아 올거야'라는 말씀을 하셨고 친구들은 정성을 다해 화초를 키웠지만 화초가 살지 못하고 죽더란 이야기도 전해줬다. 그 화초처럼 제자도 운명을 같이 했는데 지금도 교실의 화초를 보면 그 제자가 생각나고 정성을 다해 화초를 키우는 버릇이 생겼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랑을 주지 못했던 점이 가슴 속에 깊이 남아 있다.

■ 교직생활 중에 힘든 점은?
세상에는 여러 직업이 있고 각각은 우리 사회가 유지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교직은 인간을 대상으로 한다. 의사가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담당하는데 있어서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듯이 교직 역시 마찬가지이다. 더군다나 교직은 담임교사의 경우 약 30명의 인간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초등학교는 학습지도 외에 가치관 형성에 중요한 시기로 교사의 말과 행동은 본보기가 돼 그들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교실은 작은 사회 공동체이다. 여러 인간들이 생활하다 보니 이곳에서 많은 일들이 발생한다. 그래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때엔 경찰관이, 때론 학생이 아플 경우 의사가, 옷이 찢어 졌을 땐 수선가가, 환경미화를 위해서는 미화원이 있어야 하지만 교실에는 담임교사가 있을 뿐이죠. 학생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하는 초등학교의 경우 담임교사의 매 순간 판단과 결정, 말과 행동에 따라 학생들의 바람직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보니 항상 긴장의 연속 과정으로 볼 수 있다.

■ 교육철학이나 좌우명은?
교육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인성이다. 그래서 학급을 경영해 나가며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싸꿈 우리'이다. 이것은 '나를 아끼고, 친구를 사랑하며, 꿈을 키워가는 우리들'의 준말이다.
학교는 어느 누구든 오고 싶은 곳, 즐거운 곳이 돼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만 오고 싶거나 '나'만 즐거운 곳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즉,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며 이러한 배려는 단체생활에 대한 질서와 규칙에서 시작한다.
먼저, 나를 아낄 줄 아는 교육이다. 청소년 자살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는데 나의 가치와 꿈을 소중히 여기고, 내 몸과 마음, 내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배울 수 있는 생명존중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둘째, 친구와 이웃을 사랑하는 교육이다. 나와 다른 사람, 경쟁자로서의 친구와 이웃이 아니라 함께 어울리며 협력적 동반자로서 우정을 나누고 공동의 목표를 이뤄갈 수 있는 나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셋째, 나만의 꿈이 아니라 우리들의 꿈을 키워가는 교육이다. 우리 학교, 우리 고장, 우리나라, 지구촌 등 우리 사회는 복잡하게 얽혀 있고, 이 속에서 배려와 존중을 바탕으로 공동체가 바라는 바람직한 인간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하는 상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 여가시간은 어떻게 보내며 취미와 특기는 무엇인지?
일반적으로 낯선 길을 찾아가야 한다면 설렘보다 걱정과 두려움이 앞선다. 반대로 내가 한번 가 본 곳을 찾아가야 한다면 자신감이 있다. 차이는 경험이다. 나는 많은 것을 배우기보다 경험해 보고 싶다. 그래서 여행을 좋아한다. 특히 쉬는 여행 보다 역사 테마를 중심으로 계획적으로 떠나는 여행을 즐긴다. 피로도 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추억도 만들고, 무엇보다 여행지에서의 얻은 사진이나 조사 자료가 수업에 효과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취미와 특기는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데 어릴 때부터 장난감 조립을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과학상자를 이용해 여러 가지 장치들을 만드는 기계과학을 지금도 즐기며 학생 지도로까지 이어져 지도한 학생이 경상북도 학생과학탐구대회 기계과학분야 대상, 전국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3년 전부터 학생과학탐구대회 전국대회에 출전하는 경상북도 대표 학생들을 지도해 오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도종환 시인의 '어릴 때 내 꿈은'이라는 시처럼 어릴 때 내 꿈은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나뭇잎 냄새나는 여학생들과 먹머루 빛 눈 가진 초롱초롱한 남학생들에게 창밖의 햇살 언제나 교실 안에도 가득한' 그런 시골학교 선생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늘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새하얀 도화지에 그들의 희망찬 꿈을 채워갈 수 있도록 조력하는 그런 선생을 꿈꾸어 왔다.
그리고 지금, 내가 꿈꾸던 시골학교 선생이 됐고, 어느새 15년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지금도 내 꿈은 여전히 '더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더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교사의 질은 학생의 질을 결정하며,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많은 경험을 하자'는 신념에 따라 어떤 학년이든, 어떤 업무든 배우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배우고 익힌 것을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과 함께 공유하며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그런 선생이 되고 싶다.

■ 학생, 학부모 혹은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미래 사회는 우리 학생들의 역량에 달려 있다. 미래를 주도할 우리 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능력은 창의적 문제해결력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학생들이 정해진 답을 찾는 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계획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개별 학습자에 맞는 학습하는 방법에 대한 지도를 통해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성교육과 교과교육은 별개로 볼 수 없다. 교과교육을 통한 지식은 반드시 인성이 뒷받침돼야 가치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학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학부모와 교사의 말과 행동은 늘 교육적인 의도를 담고 있어야 하며 본보기가 돼야 한다. 또한 교육은 학교교육만으로 효과에 한계가 있다. 자녀 교육을 위해 담임과 학교, 학부모가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고장 성주는 나에게 고향과 같은 곳이다. 교사의 꿈을 시작한 곳인 동시에 제자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나눈 곳이기에 특별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 성주에서 우리 학생들과 학부모들께 좋은 교사로 기억되고 싶다.
끝으로 도종환 시인의 '어릴 때 내 꿈은' 시의 일부분으로 내 이야기를 갈음하고자 한다.
아직도 내 꿈은 아이들의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거예요.
물을 건너지 못하는 아이들 징검다리가 되고 싶어요.
길을 묻는 아이들 지팡이가 되고 싶어요.
푸른 보리처럼 아이들의 쑥 쑥 자라는 동안
가슴에 거름 얹고 따뜻하게 썩어가는 봄 흙이 되고 싶어요.

◆윤희광 교사 △1973년 경북 청송군 △대구교대, 한남대 교육대학원 졸업 △성주초, 도원초 연구부장 △인성교육실천사례 연구발표대회 전국 1등급 외 개인연구대회 9회 입상, 학력향상 유공 경상북도교육감 표창 등 다수 수상 △경북도교육청 수업명인, 청소년과학탐구대회 전국대회 지도위원(기계과학분야), 경상북도교육청 e-장학 집필위원, 성주교육지원청부설 영재교육원 지도강사, 사회과 지역교과서(성주) 집필위원 등 △부인 최소영 씨와 2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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