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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이 나눠주시는 음식은 정말 맛있습니다" / 외국인 근로자 이승윤 씨

최행좌 기자 입력 2013.03.26 09:22 수정 2013.03.26 09:22

노란 참외를 수확할 때 보람을 느껴 / 공기 좋고 인심 좋은 성주에 살고파

ⓒ 성주신문
일손을 구하기 어려운 농촌에 외국인 근로자가 일을 하고 있다. 선남면 한 참외농가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해 참외를 수확하고 있다. 참외하우스 안에서 근무하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중국인 근로자 이승윤(48) 씨이다. 특히 이 씨는 선남면파출소 이재근 경위와 윤병원 경사의 도움으로 최근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이에 지난 20일 이 씨를 만나 운전면허를 취득하게 된 과정과 한국에서의 삶 등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 주】

■ 운전면허 취득을 축하한다. 소감과 취득하게 된 계기는?
선남파출소 이재근 경위와 윤병원 경사의 도움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하게 돼 뿌듯하고 기쁘다. 특히 이 경위는 중국어로 된 교재를 어렵게 구해 줘 운전면허를 취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그리고 시험 절차 안내 및 대구운전면허시험장까지 동행해 합격할 수 있도록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줬다.
중국에서 25년 간 운전한 경험이 있고, 자국의 운전면허증은 소지하고 있으나 한국의 운전면허증이 없어 교통에 많은 불편을 겪었다. 그래서 운전면허를 꼭 취득하고 싶었는데 시험문제와 뜻이 어려워 2번이나 떨어진 경험이 있다. 이 경위가 구해 준 중국어 교재를 보니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 합격할 수 있었다. 혼자서는 불가능한 운전면허를 경찰관의 도움으로 취득할 수 있어 그들의 친절한 도움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 가족을 소개한다면?
현재 성주에는 아내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나 때문에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한국에 와서 고생하는 것 같아 항상 미안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나는 조선족(한국계 중국인)이라서 한국말에 익숙하지만 아내는 한족(중국인)이라 한국말을 배우지 않았다. 그래서 나보다 더 한국생활이 힘들 것이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옆에서 있어 줘 항상 고맙다.
또 중국에는 부모님과 내 자녀들이 있다. 부모님께서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다. 아들과 딸이 있는데 열심히 학교생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 떨어져 있어도 든든하다.

■ 참외농가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참외농가에서 일을 하고 있다. 사장님은 30여 동의 참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금은 참외를 출하하는 시기라 일손이 바쁘다. 낮에는 하우스 안이 더워서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일을 시작한다. 참외를 수확할 때 정말 뿌듯하다. 10㎏ 박스에 참외를 선별해 담고 공판장으로 실어나른다. 좋은 가격을 받으면 정말 기쁘다. 올해는 참외 가격이 작년에 비해 낮아 조금 속상할 때도 있지만, 한 겨울 땀 흘려 키운 참외를 내놓을 때는 보람을 많이 느낀다.

■ 한국 생활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나 힘든 점은?
한국에 온지 이제 3년이 돼 가는데 한국 사람들에게 받은 도움을 잊지 못한다. 최근에 경찰관의 도움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한 일이다. 또 하나는 지금 사장님이다. 왜냐하면 구미에 있는 한 회사에서 3개월 간 일을 했다. 그런데 사장님께서 월급을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금 사장님이 내 사정을 듣고는 직접 구미로 찾아가 월급을 받아 낸 적이 있다. 한국에는 예전 사장님처럼 나쁜 분도 있지만 지금 사장님처럼 좋은 분들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힘들었던 점은 2010년 서울에 있는 한 회사에서 처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8개월 간 근무하면서 약 500만 원을 받지 못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타국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그런 사장님이 없었으면 좋겠다.

■ 성주로 오게 된 계기는?
구미 공단 내 한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신문광고를 우연히 보고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그래서 참외농가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 사장님과 사모님은 예전 사장님들과 달리 인심도 좋고 정도 많다. 사장님은 우리 부부가 생활하는데 불편한 점이 없는지 항상 신경을 써 준다.
또 사모님은 음식을 넉넉히 준비해 나눠주신다. 한국 음식이 참 맛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요리는 대부분 기름에 튀기거나 볶은 요리가 많아 자주 먹으면 느끼한데 그럴 때마다 김치 같은 한국음식을 먹으면 매콤하면서 정말 맛있다. 노란 참외도 정말 달고 맛있다.

■ 앞으로의 계획?
참외농장에서 계속 일하면서 몇 년 뒤에는 한국 영주권을 받고 싶다. 한국에 살고 싶은 것이 꿈이다. 그래서 한국에 왔다. 중국은 겨울이 되면 영하 30도 이하로 내려가는 등 날씨가 상당히 춥다. 그에 반해 한국은 날씨도 좋고, 특히 성주는 공기도 좋다. 또 성주는 사람들도 좋다. 그래서 성주에서 계속 살고 싶다.
또 내년에는 기회가 되면 중국에 다녀오고 싶다. 부모님과 아이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보고 싶다. 가끔 전화 통화만 하며 목소리를 들으면 잘 지내고 있다고 하는데 자주 못 만나니 아쉽다.

■ 하고 싶은 말은?
처음 한국에 와서 일을 시작할 때 열심히 일을 하고도 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물론 지금의 사장님처럼 좋은 분들이 더 많겠지만 타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부탁한다. 외국인을 상대로 사기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 분들을 제외하고는 한국은 정말 살기 좋은 곳이다.

◆이승윤 씨 △2종보통 운전면허 취득 △부모님, 부인 시리 씨와 1남1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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