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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이 훌륭한 모습으로 자라서 찾아왔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 성주여자중학교 천해찬 교장

최행좌 기자 입력 2013.05.14 09:20 수정 2013.05.14 09:20

황인수·윤영옥 은사님의 영향으로 국어교사가 돼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는 것이 중요

ⓒ 성주신문
5월은 감사한 분들이 생각나는 달이다. 어버이날을 비롯해 스승의날이 있어 더욱 그러하다. 5월 15일 스승의날에 즈음해 성주지역에서 40여 년 간 교직에 몸담아 한 길을 걸어 온 분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때이다. 천해찬 성주여중 교장은 군복무 대신 초등교사로 5년 간 근무한 후 편입해 중등교사가 돼 성주여중에서 10년, 여고에서 25년을 근무했다. 이에 지난 8일 천 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재양성을 위해 평생 교직자로서의 삶을 걸어 온 이야기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 기억에 남는 은사님이 있다면?
중학교 시절에는 3학년 때 담임이었던 황인수 선생님과 고등학교 1학년과 3학년 담임이었던 윤영옥 선생님이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황인수 선생님은 과묵한 성격에 카리스마가 넘쳤던 분이었다. 그리고 윤영옥 선생님도 비슷한 분이었다. 교사가 된 후 그 분들을 롤모델로 삼아 학생들을 가르쳤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칼같은 성격을 가진 스승이었고, 두 분 역시 국어를 가르친 영향을 받아 나도 따라서 국어교사가 됐다.
처음 발령받아 근무할 때는 열정을 갖고 가르치다 보니 나 역시 카리스마 있는 교사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당시에는 군복무를 하는 대신 5년 간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를 했다. 구구단을 못 외우는 학생들이 있으면 무조건 구구단 외우기 숙제를 내고 숙제를 못하면 혼도 많이 냈었다. 내 열정이 많다고 해서 다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배웠고, 학생들이 내 생각처럼 다 따라와 주지 않을 때도 있었다. 지금은 예전과 많이 달라져 감성의 리더십으로 학생들을 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황인수 선생님은 몇 년 전 영양여고 교장으로 계시다가 퇴임을 했고, 윤영옥 선생님은 영남대 문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몇 해 전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생전에 자주 찾아뵙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든다.

■ 40여 년 교직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이나 보람된 일은?
교사로서 가장 큰 보람은 제자들이 훌륭한 모습으로 자라서 찾아왔을 때이다. 물론 스승이 나 혼자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기억해 주는 제자들이 찾아오면 늘 반갑다. 첫 발령을 받아 근무했던 봉두초는 1980년대 성주댐 건설로 수몰돼 지금은 사라졌지만 소박하고 낭만이 있는 학교였다. 몇 해 전 제자들의 동창모임에 초대를 받아 간 적이 있었다. 모두가 훌륭한 직업을 갖고 반듯하게 자란 모습을 보니 정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교사는 제자들이 잘 돼서 학교를 떠날 때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보람을 가장 많이 느낀다.

■ 교사가 된 계기는?
원래 학창시절 꿈은 경영학을 전공해 회사를 경영하거나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아버지의 권유로 교대에 진학하게 됐다. 당시 교사 생활을 하면서도 내 꿈을 실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군복무를 대신에 초등교사로 5년 간 근무를 하면서도 꿈을 이루기 위해 틈틈이 공부를 했다. 하지만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공부라는 것이 경쟁이다 보니 여럿이 함께 어울려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가 교직에 몸을 담은 이상 이 길로 끝까지 가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교직생활과 동시에 대학에 편입을 해서 공부를 같이 했다. 편입을 한 이유는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를 계속 할 수 있었지만 초등학교 교사는 미술, 음악, 체육 등을 잘해야 한다. 그런데 내가 예체능 부분이 약하기 때문에 초등보다는 중등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롤모델 은사님의 영향으로 국어를 선택해 편입을 했다. 졸업 후 성주여중·고교에서 근무를 시작하게 됐다. 여중 10년, 여고 25년 지금까지 본교에서 35년 간 근무를 했다.

■ 성주여중·고 학생들 자랑을 한다면?
주변에서 학생들이 착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특히 학생들을 인솔해 대외적으로 나가보면 그런 칭찬을 많이 듣는다. 야영활동이나 수학여행을 가보면 그곳에 계신 소장이나 관계자분들이 "전국에서 여러 학교 학생들을 만나는데 성주여중·고 학생들이 참 착하고 예의바르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자부심을 느낀다.
또 대부분 학생들이 인사성이 좋다. 물론 말썽을 피우는 몇몇 학생들도 있지만 요즘 대도시의 다른 학생들과 달리 착하고 밝은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다면?
그동안에 많은 제자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 인성, 학력 등이 특별히 뛰어난 학생들이 있다. 월항초등학교 때 가르친 제자가 지금 서울 한 소프트웨어 회사 전무로 근무하고 있는 제자가 기억에 남는다. 기술자로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 제자가 기억에 남는다.
공부를 잘해서 기억에 남는 학생들로 몇 명이 있다. 중3 담임을 맡던 시절에 반 실장이었던 학생인데 보통 실장이라 하면 선생님을 대신해 학생들을 통솔하기도 하는데 이 학생은 실장임에도 불구하고 밥 먹을 때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을 정도로 공부에만 열중을 했다. 지금은 산부인과 의사가 됐다. 또 몇 년 전 서울대에 입학한 여학생이다. 이 학생은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아주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지금은 신세계그룹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지난 2월 졸업해 올해 서울대에 입학한 한 학생도 집중력이 뛰어나 공부에 몰두하면 옆에서 누가 왔는지도 모를 만큼 열심히 공부하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마지막으로 인성이 훌륭했던 학생이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착하지만 그 학생은 참 밝은 성격을 갖고 있었다. '정말 며느리 삼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상냥하고 붙임성이 좋은 학생이었다. 공부는 최고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가르친 제자 중에서 인성만큼은 최고였던 학생으로 기억한다.

■ 요즘 교권추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교직을 시작하던 시절에는 말썽부리는 학생들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사랑의 매로 다스렸는데 요즘은 체벌이 금지되고 있어 학생들을 통솔하는데 교사들이 힘든 점이 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예절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인 예절은 가정에서 가르쳐야 되는데 그게 잘 안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요즘은 세월이 변한 만큼 지도자도 변해야 한다. 그래서 감성의 리더십을 강조한다. 학생들이 잘못한 점이 있으면 지적은 분명하게 하되 기분이 나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교사들에게 조언한다. 인격을 무시하고 폄하하는 말은 학생들에게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가르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버릇이 없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면은 학생들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교사들과 나눈다. 그런 부분에서는 소통이 잘 되고 있어 좋은 것 같다. 나를 찾아와 고민을 나누는 학생들이 있어 그런 부분은 좋은 점이라 생각한다.

■ 교육철학이나 좌우명은?
좌우명은 '자등명 자귀의'이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라는 뜻이다.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도달할 때까지 나를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를 내려놓는 기도를 하자'이다. 마음처럼 잘 되지는 않지만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화를 다스리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책을 항상 가까이 두고 자주 읽고 있다. 마음 속의 화를 다스리면 평화가 찾아온다는 내용이다. 학생들에게 학교에 올 때 "웃어라"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오자"라는 말을 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를 해야 머리 속에 속속 기억된다. 그래서 화내지 말고 웃으면 좋다는 조언을 자주 한다.

■ 앞으로의 계획과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퇴직을 하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 여행을 하고 싶다. 국도를 따라서 그동안 가보지 못한 곳으로 가서 휴식을 취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곳이 참 많다. 여유를 갖고 구석구석 찾아가고 싶다. 일본이나 가까운 나라 외국여행은 해봤지만 유럽이나 미국은 가보지 못했다. 그런 선진국에도 가고 싶다.
또한 고향에서 소박하게 농사를 지으며 전원생활을 할 것이다. 먹을 채소를 가꾸고 작게 농사도 지으며 살고 싶다.
도덕경에 나오는 노자의 말씀 중에 '귀생습생'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 몸을 귀히 여기면 나중에 남는 것이 없다. 스스로 자기 몸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 나중에 남는 게 없다. 지금은 내가 괴롭더라고 참고 견디면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그래서 '귀생'보다는 '습생'을 항상 강조한다.

천해찬 교장 △1952년 경산시 출생 △현 성주여자중학교 교장 △대구교대, 대구대 국어교육학과 졸업 △1974년 봉두초 첫 발령, 월항초, 성주여중·고 40년 간 근무 △아내 김명희 씨와 1남1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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