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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한 표의 무게와 민주주의의 깊이 - 석종출

이수영 기자 입력 2026.05.12 09:54 수정 2026.05.12 09:54

 

↑↑ 석 종 출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이사
ⓒ 성주신문

 

민주주의는 제도이기 전에 약속이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며 그 권력은 일정한 절차를 통해 위임받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그 절차의 핵심이 바로 선거이며 그 선거를 완성하는 마지막 손길이 투표다.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역 대표일꾼을 뽑는 행위를 넘어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하는지 묻는 집단적 선언의 자리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선거와 투표의 역사 그리고 그 본질적 의미를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선거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테네 시민들은 직접 참여를 통해 공직자를 선출하거나 추첨으로 권력을 분배했다. 이는 권력이 특정 계층에 독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였다. 이후 로마 공화정은 선거를 통해 공직자를 선출하는 전통을 발전시켰다. 근대에 이르러 프랑스 혁명과 미국 독립혁명은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원칙을 확립하였다. 선거는 더 이상 귀족이나 군주의 특권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한국의 선거역사 또한 순탄치 않았다. 일제강점기에는 선거권 자체가 박탈되었고 해방 이후에도 권위주의 정권 아래에서 선거는 형식만 남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수많은 시민의 희생과 참여로 우리는 직선제 개헌과 지방자치의 부활을 이루어냈다. 특히 지방선거는 중앙집권적 구조를 넘어 지역의 자율성과 책임을 강화하는 중요한 제도로 자리 잡았다. 오늘 우리가 행사하는 한 표는 이러한 역사적 경험과 희생 위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지 않다.

그렇다면 선거와 투표의 진정한 의의는 무엇인가. 그것은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행위다. 국민의 선택을 통해 권력이 구성될 때 그 권력은 비로소 정당성을 갖는다. 선거는 책임정치의 출발점이다. 유권자는 선택을 통해 권력을 위임하지만 동시에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자기의 몫이 된다. 잘못된 선택은 잘못된 결과로 이어지며 이는 결국 공동체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투표는 시민의 의사를 집단적으로 표현하는 가장 평화적인 수단이다. 폭력이나 강제가 아닌 합의와 절차를 통해 사회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며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그러나 현실의 투표는 이상과 다르게 흐를 때도 있다. 지역주의, 정당 충성도, 단편적인 이미지 정치, 그리고 무관심이 혼합 되면서 선거는 본래의 의미를 감소시키기도 한다. 특히 지방선거의 경우 '누가 되든 별 차이가 없다'는 냉소가 퍼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인식이다. 지방행정은 우리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작동하며, 교육, 복지, 도시계획 등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지방선거를 가볍게 여기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삶의 조건을 타인에게 무심히 맡기는 셈이 된다. 현명한 투표자의 자세는 무엇일까? 유권자는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선택을 해야 한다. 후보자의 이력, 정책, 도덕성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이다. 다음은 '공동체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개인적 이해관계나 감정이 아닌, 지역사회 전체의 이익과 미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셋째는 '책임 있는 참여'가 필요하다. 투표는 단순한 행사 참여가 아니라,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감수하는 행위임을 자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감시'가 뒤따라야 한다. 선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선출된 권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켜보는 것 또한 시민의 몫이다.

한 표는 작아 보이지만, 그 축적은 거대한 흐름을 만든다. 역사는 언제나 작은 선택들이 모여 방향을 바꾸어 왔다. 우리가 행한 투표가 지역의 미래를 바꾸고, 더 나아가 국가의 방향을 결정짓는 출발점이 된다. 따라서 투표는 권리를 행사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공동체의 주인으로 선언하는 행위이다.

6월 3일, 다시 선택의 자리에 선다. 그 선택이 가벼운 습관이 될 것인지 깊은 성찰의 결과가 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유권자의 몫이다. 민주주의는 제도가 아니라 태도에서 완성되며 그 태도는 투표소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 장의 투표용지 앞에서 단순히 후보를 고르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어떤 시민이며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그 질문에 대한 진지한 답이 모일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살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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