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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독자마당

가정의 달 단상 - 최종동

이수영 기자 입력 2026.05.12 09:57 수정 2026.05.12 09:57

 

↑↑ 최 종 동 본지 시니어기자·수필가
ⓒ 성주신문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칭하기도 하고, '가정의 달'이라 해서 가정과 밀접한 관계가 깊은 달이다. 우선 1일 근로자의 날을 비롯한 5일 어린이 날, 8일 어버이 날, 15일 스승의 날 등이 대표적인 기념일이다. 그 외에도 10일 유권자의 날, 11일 입양의 날, 18일 성년의 날, 19일 발명의 날, 20일 세계인의 날, 21일 부부의 날 등이 가정의 달에 포진하고 있어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그 많은 기념일 가운데 나는 21일 '부부의 날'에 유독 눈길을 멈춘다. 그도 그럴 것이 며칠 전 나는 지천명을 살짝 넘긴 둘째 딸 혼사를 치렀기 때문이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듬직한 사위를 새 식구로 맞아들인 우리 부부의 그 행복감이란 필설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혼기를 넘긴 자녀를 둔 부모들의 심정이야 아마도 대부분 비슷하겠지만, 우리 부부도 둘째 딸 결혼 문제로 항시 노심초사 했던 터였기에 늦게라도 좋은 인연을 만나 우리 부부에게 행복감을 안겨주고 있다.

나는 오랜 세월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다가 십수 년 전 가족은 서울에 두고 직장 관계로 귀향해서 살고 있었다. 역시 고향은 포근하고 어머님 품속 같다는 시어를 현재 실감했었다.

귀향 후인 십여 년 전 내가 지역 문학단체에 가입한 것이 계기가 되어 딸이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된 것 같다. 당시 문학단체장을 맡고 계신 분이 중학교 5년 선배님이셨기에 정담을 나누는 기회가 잦았다. 그러다 가정사 얘기 등 소소한 얘기도 스스럼 없이 나누던 중 선배께서 '혼기가 넘은 둘째 아들이 결혼을 안해서 걱정'이라는 얘길 하셨다. 그 얘길 듣고 나도 과년한 딸이 있다는 맞장구에 그 선배님이 농담반 진담반 즉흥적으로 '우리 사돈하자'라고 했다. 그 말이 계기가 되어 십여 년 후인 최근에 정말로 사돈 관계를 맺었으니 이게 바로 하늘이 점지해 준 인연이 아닌가 한다. 아이들은 2~3년 좋은 감정으로 서로를 알아가다 드디어 며칠 전 혼사를 치렀다. 사위는 내 딸보다 몇 살 연상이다.

아이들이 혼기가 많이 지났으니, 조용한 식당 하나 빌려 양가 식구들이 식사나 하고 사진 촬영으로 예식을 대신하자고 양가 어른들이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당사자인 내 딸과 예비사위가 '명색이 아직 총각과 처녀인데 식사 한 끼로는 서운하다'며 전통혼례로 예식을 하기를 원해서 아이들 뜻에 따라 대구향교에서 전통혼례로 혼사를 치르게 된 것이다.

사위가 대구 시내 모 시장에서 20년 이상 사업을 하므로 사위 쪽 하객은 많았으나, 우리는 청첩을 많이 자제해서 우리 쪽 하객은 많지 않았다. 이 나이에 뒤늦은 자녀의 혼사가 부끄럽기도 해서.

이날 혼례를 주관하는 집례자(대구향교 수석장의)의 진행 절차(홀기)에 따라 전안례, 교배례, 합근례를 마치고 예를 마치는 예필을 끝으로 혼례를 마쳤다.

일부 참석 하객들은 그 옛날 익숙하게 봐온 신랑과 신부가 가마 타고 치르는 전통혼례가 볼 만했다고 옛 생각을 떠올리기도 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새신랑과 새신부가 신부집에서 1박하고 시집으로 가는 예법대로 모든 법도를 따랐다. 이때 신부집에서는 정성을 들여 몇 가지 음식을 준비해서 신랑댁에 보내는 것이 전통풍습이다. 이것을 이바지 음식이라 하여 신부가 시댁에 가서 새 가족을 맞이할 때 예의와 감사의 마음을 음식으로 전하며 '우리 딸을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정중한 인사와 감사의 마음을 담는 전통적 의례다. 그리고 신랑집에서는 답례로 신부집으로 음식을 보내 서로 간에 돈독한 사돈 관계의 예를 차린다.

나는 위로 딸 두 명에 막내가 아들인데, 막내가 2년 전 지병으로 먼저 부모 곁을 떠난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그 허전한 빈자리를 든든한 새 사위가 채워줘서 우리 부부는 더없이 행복하다. 우리 딸 내외가 '부부의 날'이 있는 '가정의 달'에 한 가정을 이뤘으니, 사돈댁과 우리 부부의 그 행복감이야 더 뭘 바라겠나. 더구나 우린 딸 둘에 이젠 든든한 사위가 두 명이나 되니까.

아이들이 비록 늦게 만났지만, 알콩달콩 정을 나누며 재미나게 사는 모습을 양가 어른들에게 보여줘 지속해서 행복감을 안겨주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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