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 보 용 시 인 |
| ⓒ 성주신문 |
봄비 지난 골목 끝
늦은 저녁 교실 창가에는
분필 냄새처럼 오래 남는 사람이 있었다
먼저 어둠을 건너가
등불 하나 들고 서 있던 이,
길보다 사람을 먼저 가르치던 이
넘어지는 계절마다
"괜찮다"는 말 한 줌 품에 쥐어주며
상처 난 마음의 무릎까지 살펴주던
그런 눈빛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마다 높은 탑을 세우고
자기 이름의 깃발만 흔드는 시대
배움은 값으로 계산되고
존경은 유행처럼 얇아져
손 내미는 마음보다
먼저 앞지르는 일이 미덕이 되었다
한때는 사람이 사람의 길이 되어주었는데
이제는 사람이 사람의 벽이 되어 선다
그래도 세상 어딘가에는
제 그림자마저 내어주며
누군가의 새벽을
밝히는 이가 있으리
자신은 낡은 우산처럼
젖어가면서도
제자 한 사람의 꿈만은
비 맞지 않게 품어주는 사람
그 이름을 우리는 아직
스승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