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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독자마당

발리의 맹그로브 숲 - 여환주

이수영 기자 입력 2026.09.15 09:52 수정 2026.09.15 09:52

 

↑↑ 여 환 주 전 재경성주중고 동문회장
ⓒ 성주신문

 

나는 지금까지 '맹그로브'를 단순히 바닷물 속에서도 자라는 나무의 이름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몇 해 전 서울시 퇴직 동료들과 필리핀 세부섬의 한 해안 골프장을 찾았을 때도 바닷가 가장자리에 자라는 나무를 보며 "맹그로브는 어떻게 바닷물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궁금증만 품었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이번 제1회 산림문학 해외 숲 탐방(2026. 6. 13~17)에서 한-인도네시아 산림협력센터 정철호 센터장(산림청 국장급)으로부터 "맹그로브는 특정 나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해안 지역에 형성된 숲 생태계를 말한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비로소 '아, 그렇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맹그로브 숲은 해일과 해안 침식을 막고, 해양생태계를 보전하며, 뛰어난 탄소 저장 능력을 지닌 매우 가치 있는 생태계로 세계적인 보호 대상이다. 땅속으로 뻗은 수많은 호흡근은 나무를 단단히 지탱하는 동시에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여 해안 침식과 쓰나미 피해를 줄여준다. 또한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경계에서 수많은 어류와 갑각류, 조개류 등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처가 되어 생물다양성의 보고 역할을 하고 있다.

맹그로브 숲의 탄소 저장 능력은 열대우림보다 3~5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다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정화하는 기능 또한 뛰어나다. 인도네시아의 맹그로브 숲에는 약 31억 톤의 탄소가 저장되어 있는데, 이는 약 25억 대의 자동차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맞먹는 규모라고 한다.

전 세계의 맹그로브 숲은 약 1,800만ha에 분포하며, 이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약 344만ha로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최대 보유국이다.

그러나 그 높은 보존 가치에도 불구하고 새우 양식장 조성, 팜 농장 개발 등으로 지속적인 산림 훼손과 해안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매년 전 세계 맹그로브 숲의 1~2%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맹그로브 생태계 복원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2025년 6월 5일에는 '맹그로브 생태계 보호 및 관리에 관한 정부 규정 제27호'를 제정하여 보호와 복원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국제적으로도 2015년 유네스코는 매년 7월 26일을 '국제 맹그로브 생태계 보존의 날'로 지정하여 맹그로브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세계 최대 맹그로브 숲을 보유한 인도네시아는 세계 맹그로브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맹그로브 협력과 지식 공유를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04년 대지진과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은 수마트라 아체(Aceh) 지역의 맹그로브 숲 복원사업에 참여하여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총 180만 달러를 투입해 550ha의 맹그로브를 조림하고 정보센터를 건립한 바 있다. 맹그로브 복원은 단순히 생태계를 보전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양식업과 생태관광, 맹그로브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 생산 등 해안 지역 주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중요한 기반이며, 동시에 탄소중립과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한 핵심 수단이기도 하다.

이번 탐방을 통해 나는 맹그로브 숲 역시 육지의 숲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무 한 그루의 힘은 미약할지 모르지만, 각각의 나무가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서로 어우러져 하나의 숲을 이룰 때 비로소 숲은 생명을 지키고 세상을 살리는 위대한 힘을 발휘한다.

우리 인간의 삶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문득 제25대 산림청장을 지낸 조연환 청장의 주례사 '나무처럼 살아요'가 떠올랐다.

평생을 약속한 두 분이여!

나무처럼 살아요.

한번 자리 잡으면 백년을 터 잡아 살 듯

한번 정한 뜻 백년을 간직하며 살아요.

기름진 땅, 메마른 땅 가리지 말고

남의 자리, 이웃 나무 탐내지 말고

심겨진 자리 만족하며 나무처럼 살아요.

사랑으로 하나 된 두 분이여!

숲처럼 살아요.

서로의 다름을 탓하지 말고

참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져

 

건강하고 아름다운 숲을 이루듯

그렇게 숲처럼 살아요.(후략)

발리의 맹그로브 숲을 걸으며 나는 다시 한번 숲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을 생각했다. 숲은 말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법을 보여준다.

인간 역시 자연의 한 구성원으로서 숲으로부터 겸손과 공존,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이번 발리 숲 탐방은 맹그로브 생태계의 가치뿐 아니라, 숲이 들려주는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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