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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유전의 원칙과 비소유 경작자의 보호 - 석종출

이수영 기자 입력 2026.10.06 09:53 수정 2026.10.06 09:53

 

↑↑ 석 종 출 성주군 평통자문위원
ⓒ 성주신문

 

우리 헌법은 경자유전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농지는 농사를 짓는 사람이 소유해야 한다는 뜻이다. 해방 이후 농지개혁을 통해 지주와 소작의 오랜 관계를 청산하고 자작농 중심의 농촌을 만들었던 역사적 경험에서 나온 원칙이다.

그러나 70여 년이 지난 오늘의 농촌은 그때와 너무나 다르다.

농촌은 늙어가고 있다. 평생 농사를 짓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농기계를 다루기 어려워졌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 도시에서 생활하는 자녀가 농지를 상속받는 경우도 흔하다. 소유자는 따로 있지만, 이웃 농민이 몇 년, 때로는 수십 년 동안 농사를 짓는 농지도 적지 않다.

이러한 현실에서 농지 전수조사가 시작됐다.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하고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을 가려내겠다는 취지는 옳다. 농지는 한정된 자원이며 국민의 식량 생산 기반이기 때문이다. 농지를 재산증식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행위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구별해야 할 것이 있다. 농사를 짓지 않는 소유자와 농사를 짓고 있는 비소유 경작자는 전혀 다른 존재다. 현행 농지법도 이미 모든 임대를 똑같이 금지하지 않는다. 질병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일정 요건을 갖춘 60세 이상 농업인이 5년 넘게 자경한 농지, 상속농지와 이농 농지의 일정한 경우, 농지은행을 통한 임대 등 여러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이는 법 자체도 농촌 현실에서 소유와 경작이 항상 일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농지정책의 중심도 이제 '누가 등기부상 소유자인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누가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으며 그 농지가 계속 농지로 이용되고 있는가까지 함께 보아야 한다.

특히 보호해야 할 사람이 비소유 경작자, 즉 임차농이다.

농지 전수조사가 시작되자 일부 지역에서는 조사를 걱정한 부재지주가 임대관계를 끝내려 한다는 우려가 실제로 제기됐다. 정부도 이를 인정해 임대차 정상화 특별정비기간을 운영하고 서면계약과 농지대장 등재를 유도했다. 법정 임대기간도 원칙적으로 최소 3년, 다년생식물 재배는 5년이다.

친환경 임차농이 농지를 잃는 문제까지 발생하자 정부는 임차농 보호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임대관계가 일방적으로 종료된 임차농에게 농지은행 위탁농지를 우선 공급하는 대책도 내놓았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전수조사의 목적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농지법을 바로 세우겠다고 조사했는데 그 결과 실제 농사를 짓던 사람이 쫓겨나고 농지가 놀게 된다면 무엇을 위한 조사인가. 서류상 소유와 경작을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농지를 계속 농지답게 이용하는 것이 중요한가.

경자유전의 정신은 지켜야 한다. 그러나 1949년의 지주와 소작농 관계를 오늘날의 모든 농지 임대차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고령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는 사람이 이웃 전문농에게 농지를 맡기는 경우, 도시의 자녀가 상속받은 농지를 지역 농민이 계속 경작하는 경우, 영농규모를 늘리려는 농업인이 주변 농지를 임차하여 농사를 짓는 경우까지 투기적 농지소유와 같은 잣대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예외는 원칙을 무너뜨리는 구멍이 아니라 현실에서 원칙을 지속시키는 장치가 되어야 한다.

다만 예외에는 분명한 기준이 필요하다. 실제 농업인이 경작하고 있을 것, 농지가 계속 농업생산에 이용될 것, 임대차 관계를 농지대장 등에 투명하게 등록할 것, 투기나 개발이익을 목적으로 한 위장 임대가 아닐 것 등의 조건을 갖추게 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소유자의 재산권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실제 경작자를 보호하고 농지의 농업적 이용도 지속할 수 있다. 정부 역시 최근 전수조사의 후속방향을 설명하면서 투기가 명백한 농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되 농촌의 관행적인 위반은 현실을 반영하여 정상화·양성화하겠다고 밝혔다. 고령·질병·상속 등 불가피한 사정을 투기 목적의 농지취득과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제 이를 일시적인 전수조사 대책에 그치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 농지정책은 소유 중심에서 경작과 이용을 함께 보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사서 방치하는 사람에게는 엄격해야 한다. 반대로 남의 땅이라도 땀 흘려 씨를 뿌리고 수확하며 농지를 지켜온 사람에게는 안정적으로 농사지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경자유전에서 정말 중요한 두 글자는 어쩌면 '유전(有田)'보다 '경자(耕者)'인지도 모른다.

농지는 등기부 속에서 농지가 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그 땅을 갈고 씨앗을 뿌릴 때 비로소 농지의 기능을 한다.

농지 전수조사가 남겨야 할 것은 처분명령의 숫자가 아니라 투기는 걸러내고, 농민은 보호하며, 농지는 계속 농지로 남게 하는 새로운 질서여야 한다. 농지는 소유자를 보호해야 하지만, 그보다 먼저 농사를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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