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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폐교를 활용한 공간재생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방치된 공간을 공동체 거점으로 탈바꿈시키며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본 기획에서는 이러한 폐교 활용의 선진사례를 통해 지역이 공간을 어떻게 되살리고 있는지 들여다본다.【편집자 주】
1 지역 폐교현황 및 재생사례
2 창원 지혜의바다 도서관
3 울산 땡땡마을 사례
4 무안 전통문화테마파크 & 함평 나비마을 서울캠핑장
5 일본 고베 키타노 공방마을 & 효고현 노지마 스코라
6 일본 교토아트센터 사례
| ↑↑ 일본의 메이린 초등학교가 폐교 후 '교토 아트센터'로 재탄생했다. |
| ⓒ 성주신문 |
학생 수 감소로 문을 닫은 초등학교가 예술의 거점으로 되살아났다.
일본의 교토 아트센터(Kyoto Art Center)는 '보존과 활용'을 조화시켜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숨 쉬는 공공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도시 외곽의 일반적인 폐교와 달리, 교토 중심부에 위치한 교토 아트센터는 1931년 세워진 메이린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2000년 문을 연 복합예술 공간이다.
낡은 교실이 예술의 무대로, 폐교가 문화의 심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외관은 당시의 건축미를 그대로 간직한 반면, 내부는 공연장·창작 스튜디오·전시실 등으로 새롭게 설계함으로써 단순한 공간 재생을 넘어 예술 창작과 시민 참여가 공존하는 실험적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메이린 초등학교는 1993년 폐교된 뒤 1996년 예술문화시설로의 전환이 결정됐다.
이후 2000년 4월 교토 아트센터로 개관했으며, 2008년 7월에는 센터의 북·남·서관과 정문, 담장 등이 유형문화재로 등록돼 역사적 가치를 공식 인정받았다.
센터에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창작 입주 지원), 창작 스튜디오, 전통 다실, 북카페, 도서관, 강의실 등이 갖춰져 있다. 시민이 예술가의 창작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돼 '관람자'에서 '참여자'로 확장되는 예술 향유도 가능하다.
교토시는 아트센터를 비영리 공공시설로 등록하고, 예술단체와 행정이 함께 구성한 협의체에 운영을 맡겼다.
행정 주도가 아닌 예술가·시민 중심의 자율운영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 ⓒ 성주신문 |
아트센터에서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Mali Kusaki 씨는 "교토의 근대역사와 현대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상징적 공간인 교토 아트센터는, 여러 예술 장르와 교류하며 공공접근성을 아우르고 문화허브로서의 역할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문객에게는 다양한 전시와 공연, 카페 및 도서관, 그리고 워크숍 참여 기회를 제공하며, 예술가들에게는 창작과 교류의 플랫폼으로써 교토시와 예술가, 문화 관련자의 협업을 통해 예술활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트센터는 지역민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 성주신문 |
매월 2~3회씩 음악회 및 연극 공연이 열리며, 11월에는 지역민과 함께하는 체육회가 계획돼 있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다음날 예정인 연극 공연 준비로 체육관이 분주한 모습이었다.
교토의 전통무용·다도·불교음악 등 지역문화와 현대예술을 융합한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하며, 주변 상점가·대학·공예거리와 협력해 도심 속 문화생태계의 허브로 자리잡았다.
| ⓒ 성주신문 |
운영은 무료 관람을 원칙으로 하되 일부 유료 프로그램을 병행하며 공공성과 자립성을 함께 확보했다.
특히, 창작 입주를 원하거나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을 지원하기 위한 '문화예술인 상담·지원센터'를 운영해 그들의 지속가능한 활동 기반을 마련한 점이 다른 폐교 재생시설과 차별화된다.
복도로 들어서니,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삐걱거리는 마룻바닥에서는 80년 전 검붉은 일본 전통건축의 색감과 숨결이 느껴진다.
칠이 벗겨진 손풍금과 낮은 수도꼭지도, 운동장의 거친 흙도 그 시절의 흔적을 담은 채 오래된 메이린 초등학교는 묵묵히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주민이 기증한 고서로 채운 도서관도 인기가 높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 공간은 지역 문화자산을 보존하고 공유하는 열린 지식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나무의자들이 가지런히 놓인 도서관 안에는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 몇 분이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입구에는 도서 대출을 위해 자원봉사하고 있는 60대 어르신이 친절한 표정으로 가벼운 목례를 건넨다.
도서관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주민 20여명이 자원봉사자로 상근하며 공간 관리와 프로그램 진행을 돕고 있다.
앞서 소개한 바 있는 창원 지혜의바다 도서관, 울산 땡땡마을, 무안 전통문화테마파크, 함평 나비마을캠핑장과 더불어, 일본의 고베 키타노공방마을과 효고현 노지마스코라, 교토 아트센터 등의 폐교활용 선진사례들은 단순히 낡은 학교건물을 재활용한 공간 그 이상이다.
결국 폐교 활용의 성공은 외형의 리모델링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길 지속 가능한 예술 생태계와 공공성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예술가·주민·행정이 함께 참여하는 '자율적 운영구조'는 살아있는 문화플랫폼으로써의 지속가능성을 입증해준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창조성이 이어지며 폐교의 한계를 넘어설 때, 예술과 공동체의 결합은 새로운 문화적 동력으로 작용하며, 지역에 깊숙이 스며들어야 비로소 그 성과가 진정한 빛을 발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성고·신영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