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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지역언론 지원, '누구에게 줄 것인가'가 아닌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묻자 - 윤장열

이수영 기자 입력 2026.08.25 09:51 수정 2026.08.25 09:51

 

↑↑ 윤 장 열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전공 교수
ⓒ 성주신문

 

최근 울산시가 지역언론 지원을 위한 보다 분명한 집행기준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은 반가운 일이다. 지역언론의 경영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지역사회의 정보와 공론장을 유지하기 위해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지원의 필요성보다 무엇을 기준으로 지원하고, 그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있다.

지금까지 국내의 지역언론 지원정책은 주로 '누구에게 지원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왔다. 일정 기간 이상 발행했는지, 정상적으로 발행·보도 활동을 하고 있는지, 사업계획은 적절한지 등을 심사하고, 지원 이후에는 예산이 목적에 맞게 집행되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물론 공적자금을 사용하는 만큼 지원대상을 엄격하게 선정하고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확인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지원정책이 성공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지원금을 제대로 사용했는가'와 '지원으로 지역 저널리즘이 실제로 좋아졌는가'는 서로 다른 질문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의 언론 지원정책과 최근의 정책평가 방식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세계적으로 국가가 언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신문 유통과 배달, 다원주의, 언론사의 현대화와 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분야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왔다. 지역신문과 지역 미디어 역시 중요한 지원대상이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도 국가의 언론 지원을 무조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의 논의는 '국가가 언론을 지원해야 하는가'보다 '지원한 돈이 실제로 무엇을 만들어 냈는가'에 집중한다. 국가 지원을 받은 언론사가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으로 정책이 성공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원 이후 기자가 늘었는지, 자체 취재가 증가했는지, 지역사회에서 다뤄지지 않던 의제가 보도되기 시작했는지, 정보와 관점의 다양성이 확대되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의 정책평가 연구에서 강조하는 '추가성(Additionality)'이라는 개념은 이런 문제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공적 지원이 없었더라도 이 결과가 만들어졌을까?" 가령 한 지역신문이 매년 5천 건의 기사를 생산하고 있는데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은 뒤 5천100건의 기사를 생산했다고 가정해 보자. 기사 5천100건을 모두 지원사업의 성과라고 할 수는 없다. 지원을 받지 않았더라도 생산했을 기존 기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지원을 통해 기자 두 명을 추가로 고용하고, 그동안 충분히 다루지 못했던 노동과 산업안전, 환경, 청년, 교육, 복지 등의 문제를 취재해 100건의 심층 기사를 새롭게 생산했다면 평가가 달라져야 한다. 바로 이러한 변화가 공적자금이 만들어 낸 '추가적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내 지역 언론의 지원정책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울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도시다. 대기업의 투자와 산업정책뿐만 아니라 노동과 산업재해, 하청노동, 환경, 지역 중소기업, 청년의 지역 이탈, 교육과 복지 등 시민의 삶과 직결된 수많은 문제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많은 시간과 인력을 들여 취재해야 하고, 반드시 높은 조회 수나 광고수익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바로 여기에 지역언론에 대한 공적 지원의 근거가 있다. 지역언론 지원의 목적은 특정 언론사의 경영난을 덜어주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장에서 충분히 생산되기 어려운 지역의 공익적 정보를 더 많이 생산하도록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언론사를 지원하는 정책'에서 '지역 저널리즘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관점을 바꿔야 한다.

그렇게 되면 평가기준도 달라진다. 지원금을 얼마나 사용했는가보다 지원으로 기자가 추가 고용되었는지, 자체 취재가 증가했는지, 심층·탐사보도가 늘어났는지, 취재원의 다양성이 확대되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평가 방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 지원받은 언론사의 성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지원받지 않은 비슷한 언론사와 비교해야 한다. 또 지원 직후의 성과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2년, 3년 뒤에도 기자 고용과 지역 취재가 유지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제 지역언론의 지원정책을 둘러싼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느 언론사에 얼마를 지원할 것인가"가 아니라 "시민의 세금으로 어떤 지역 저널리즘을 새롭게 만들어 낼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그렇게 본다면 지역언론 지원의 최종 수혜자는 언론사가 아니다. 지역 시민이다. 공적자금을 통해 더 많은 기자가 지역사회를 취재하고, 시장에서 외면받던 문제가 공론장으로 나오며, 시민들이 자신의 삶과 지역사회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지원의 목적이어야 한다.

울산시가 새롭게 마련하려는 집행기준 역시 여기에서 출발했으면 한다. 지원대상을 얼마나 공정하게 선정했는가, 지원금을 얼마나 투명하게 사용했는가에 그치지 않고 "이 지원이 없었다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지역의 정보와 저널리즘은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다. 지역언론에 대한 공적 지원의 정당성은 지원금의 규모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돈으로 시민에게 어떤 새로운 정보와 공적 가치가 돌아갔는지를 증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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