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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 승 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변호사 |
| ⓒ 성주신문 |
올해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숫자를 체감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7월에도 가계대출과 자영업자, 중소기업 연체율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먹고 살기가 팍팍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올해 경제성장율이 잘 나오는 이유는 반도체 때문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덕분인 것이다. 그러나 그 수혜를 받는 국민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에 연관된 소수 기업의 얘기일 뿐, 대부분 국민과는 무관한 얘기이다. 이런 기업들에 주식투자를 해서 돈을 번 사람도 있겠지만, 주식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손해를 본 사람도 많다.
우려되는 것은 양극화이다. 누구나 체감하는 것처럼, 양극화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가격 상승 탓이 크고, 일부 대기업만이 누리는 호황의 영향도 크다. 그리고 양극화가 대한민국의 공동체성을 훼손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얻고 있는 막대한 이윤이 오로지 그 기업의 노력만으로 얻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반도체 공장들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농어촌 지역에서 피해를 감수하면서 전기를 생산했고, 초고압 송전선으로 전력을 공급해줬다. 그래서 지금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당장에 이윤을 나누자는 것이냐? 라고 반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얘기가 아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은 개인이 버는 소득의 90%는 그 사회공동체가 가진 '공통의 자산' 덕분이라고 했다. 자기 혼자 잘 나서 얻는 소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감각이 있어야 '연대'도 가능하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감각이 사라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조차도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기업이 잘 돼서 돈을 많이 벌면, 정부는 다른 쪽에 신경을 써야 한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산업에 신경을 써야 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와 농민들에게 신경을 써야 한다. 소상공인들에게 신경을 써야 하고,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신경을 써야 한다. 비수도권 지역과 농어촌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반도체 기업이 잘 된다고 해서 정부가 기업에 묻어가려고 하는 방식의 정책을 펴고 있다. 반도체와 AI만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쪽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변명하겠지만, 그것은 변명일 뿐이다. '메가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일부에게만 온갖 특혜를 주겠다고 하면서, 다른 쪽에도 신경쓰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진정성없는 눈가림일 뿐이다.
지금 정부는 대한민국이라는 정치공동체를 위해 해야 할 자신의 역할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 맞다. 마치 '특정 반도체 기업을 위한 정부', 'AI데이터센터를 지어서 임대업을 하겠다는 특정 기업을 위한 정부'가 된 듯하다.
정부가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린다면, 국민부터 생각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결국 대한민국의 방향은 주권자인 국민이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치학자였던 로버트 달(Robert A. Dahl)은 91세에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On Political Equality)』라는 책을 썼다. 이 책에서 그는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해 두 가지의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하나는 나쁜 시나리오이고, 다른 하나는 좋은 시나리오이다.
나쁜 시나리오는 미국의 정치적 불평등이 더욱 확대되고 민주주의 제도들이 심각하게 손상되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 지금의 미국을 보면 로버트 달이 걱정했던 나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는 듯하다.
로버트 달이 제시한 '좋은 시나리오'는 사람들이 행복이나 '삶의 질'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경쟁적 소비주의가 더 이상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것을 자각하고 미국 시민들 사이에서 더 많은 정치적 평등을 향한 움직임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소비주의에서 시민권 문화'로의 전환이라고 불렀다.
이런 로버트 달의 얘기가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1인당 4만 달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행복과 '삶의 질'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