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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절 월회당 강회 - 여환주

이수영 기자 입력 2026.10.13 09:47 수정 2026.10.13 09:47

 

↑↑ 여 환 주 전 재경성주중고 동문회장
ⓒ 성주신문

 

지난 말복인 2026년 8월 14일, 성산여씨(星山呂氏)의 세거지인 수촌마을 월회당(月會堂)에서 열린 말복절 복달임 행사와 강회에 참석했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성산여씨 종원들은 복달임 행사로 오찬을 함께한 뒤, 성산여씨 대종손(윤기)으로부터 남전향약(藍田鄕約)에 대한 강회가 있었다.

남전향약, 일명 여씨향약이란 좋은 일은 서로 권장하고(덕업상권 德業相勸), 잘못은 서로 바로잡으며(과실상규 過失相規), 예의를 지켜 서로 교류하고(예속상교 禮俗相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서로 돕는 것(환난상휼 患難相恤)을 기본 덕목으로 하는 향약이다.

이러한 향약을 우리 문중에서도 실천하고 계승하기 위해 조선 중종 때 왕자 복성군의 사부를 지낸 원정(園亭) 여희림 선생이 낙향하여 월회당이라는 건물을 세우고,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사람들이 모여 향약을 공부하고 실천을 다짐하는 강회를 열어야 한다고 하였다.

원정 선생의 벗인 정암 조광조 선생이 이러한 뜻을 임금에게 주청하였고, 중종 12년에는 여씨향약, 즉 남전향약을 전국 팔도에 시행하라는 왕명이 내려졌다고 한다.

월회당 말복절 강회는 월회당이 1984년 경상북도 지방문화재 기념물 제48호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시작됐으며, 그해부터 해마다 성대한 강회가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광복 40주년이 되던 1985년 말복절 강회에서는 가정의 언어를 바르게 지키자는 뜻의 '정어상수(庭語相守)'를 수촌향약의 덕목으로 추가하였다. '정어'는 가정언어를 줄여 부르는 말로, 가정을 바로 세우고 화목하게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말부터 바르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기존의 남전향약 네 가지 강목에 정어상수를 더한 것이 이른바 '수촌향약'이다.

월회당의 대문 이름은 '어모문(禦侮門)'이다. '막을 어(禦)' 자와 '업신여길 모(侮)' 자를 써서, 남으로부터 받는 업신여김을 막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즉, 이 문을 드나들며 향약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면 남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자신의 인품을 닦게 된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결국 어모문은 향약 강회를 통해 사람의 품성과 인성을 함양하라는 선조들의 가르침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이곳 월회당은 우리 문중의 역사뿐 아니라 나라의 역사에서도 뜻깊은 장소이다.

1919년 4월 2일 밤 11시, 여홍연(당시 40세), 여춘연(21세), 여왕연(21세), 여문회(29세), 여호진(31세), 도무환(31세) 등의 주도로 이곳에서 주민 300여 명이 참여한 기미년 대한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났다. 월회당은 선조들의 학문과 전통을 이어온 공간인 동시에,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역사적인 현장이기도 한 것이다.

대종손은 강회를 마무리하면서 월회당의 향약 강회가 500여 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으며, 몇 해 전 MBC에서 수촌향약을 소개한 이후 우리 가문의 전통과 위상이 더욱 널리 알려졌다고 설명하였다.

이날 강회를 마친 뒤에는 내가 회장을 맡고 있는 성산여씨 종친회 대종회 임원 회의가 이어졌다. 지난 2026년 4월 대종회 정관 개정에 따라 각 파에서 부회장 후보를 추천받았으며, 이날 임원 회의에서 새로운 부회장단을 선임하였다.

모든 행사를 마친 뒤 나는 원정 고택인 대종손의 집을 찾았다. 그곳에 모셔진 원정 할아버지의 사당에 예를 올리면서 "대종회장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나하나 성실하게 처리하고, 선조들이 남겨주신 훌륭한 전통과 정신에 누가 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500여 년의 세월을 이어온 향약과 월회당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선조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것은 단순한 가문의 전통만이 아니라 서로 돕고, 서로 경계하며, 예를 지키고, 가정을 소중히 하라는 삶의 지혜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내가 걸어가야 할 길도 결국 그 연장선에 있을 것이다. 선조들의 뜻을 되새기고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전통을 이어가는 것, 그것이 오늘 월회당에서 내가 다시 마음에 새긴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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