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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 승 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변호사 |
| ⓒ 성주신문 |
프랑스의 지식인이었던 장 자크 루소는 '영국 국민은 선거 때에만 자유로울 뿐, 선거가 끝나는 순간 노예로 전락한다'고 얘기했다. 선거라는 제도가 갖는 한계를 표현한 말이다.
루소의 말처럼 주권자가 가장 힘이 있을 때는 선거 시기이다. 선거를 앞두고는 정당과 후보자들이 주권자들의 얘기를 듣는 시늉이라도 한다. 물론 선거 때에도 '일당 지배' 지역처럼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는 순간 당선이 확정적인 지역에서는 후보자가 오만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선거에서 제대로 된 경쟁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어쨌든 그나마 주권자들이 주권자 행세를 할 수 있는 때는 선거 시기이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선거 때는 굽신거리던 후보자가 당선 이후에는 목에 힘이 들어가고 주민들의 얘기를 잘 듣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선거만으로는 민주주의가 실현된다고 할 수 없다. 4년 내내 주권자가 주권자로 대우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주민 주권 운동'이 필요하다. 지금 정부가 국민주권 정부를 표방하고 있지만, 진정으로 국민주권이 실현되려면 주민 주권부터 실현되어야 한다.
주민 주권이 실현되려면 주권자들이 원하는 의제와 정책들이 지방자치에서 논의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의회와 집행부가 그런 의제와 정책들을 진지하게 다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한 제도는 일정 정도 보장되어 있다. 주민조례 발안제도는 주권자인 주민들이 조례를 안건으로 직접 제안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일정 숫자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온라인 서명도 가능하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과거에도 학교급식 조례, 농민수당 조례 등을 이런 방식으로 제정한 사례들이 있다.
주민참여예산은 주민이 원하는 예산을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편성 과정에 반영시키기 위한 제도이다. 지금은 주로 공모사업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지만, 본래 주민참여예산을 도입한 취지는 그것을 넘어선다. 예산편성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포함되고, 불필요한 예산이나 타당성이 없는 예산을 걸러내는 것도 포함돼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도 하나만 제대로 운영되어도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다.
다른 한편 주민주권이 실현되려면, 선출된 공직자들의 잘못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정보공개청구, 주민감사청구, 주민소송, 주민소환 같은 제도들이다. 이런 제도들은 선출된 공직자들이 부패, 전횡, 독선 등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정보공개청구는 누구나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에 정보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이다. 주민감사청구는 위법ㆍ부당한 일이 있을 때 감사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이다. 주민감사청구로 해결되지 않으면 주민소송도 제기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래도 안 되면 주민소환도 있다. 일정 숫자 이상의 주민서명을 받으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의 해임 여부를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가 주민소환제도이다.
문제는 이런 제도들이 있어도 잘 활용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노예가 아니라 주인으로 살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그런 노력들이 각 지역에서 시작될 필요가 있다.
7월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경고하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이번 임기부터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행정과 의정활동을 하지 않으면, 주민주권을 보장하는 제도들을 활용해서 감시하고 심판하겠다는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잘못하면 주민감사청구도 하고 주민소환도 하겠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이런 활동이 어려운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2명의 대통령을 탄핵한 경험이 있는 나라이다. 최고 권력자도 탄핵하는 국가라면, 지역에서도 책임있는 민주주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것이 안 되면 주민들은 주권자가 아니라 통치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어 있다. 선출된 공직자들이 주권자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긍정적인 방향의 주민참여도 가능하다. 만약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할 자세가 되어 있는 선출직 공직자가 있다면, 조례ㆍ예산과 각종 계획에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읍ㆍ면ㆍ동에서부터 주민자치를 활성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더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주민참여를 통한 '협치'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안 된다면, 공직자들이 주권자를 두려워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기본부터 다시 세워나가야 한다. 그것은 주권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