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사설
칼럼
| ↑↑ 윤 장 열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전공 교수 |
| ⓒ 성주신문 |
지방선거가 끝났다.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선출되었고, 유권자들은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대표를 선택했다. 언론은 당선과 낙선을 분석하고 진단하느라 바쁘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과연 이번 선거를 통해 주민자치는 얼마나 실현되었는가.
1987년 민주화 이후 지방자치는 한국 민주주의의 중요한 성과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아 왔다. 중앙집권적 권력 구조를 완화하고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지방자치의 정신이었다. 그러나 지난 40여 년의 경험은 제도적인 지방자치와 실질적인 주민자치 사이에 적지 않은 거리가 존재한다.
주민들은 지방자치단체장을 직접 선출하지만, 실제 지방정치는 지역 정당조직과 토착 권력, 행정관료 조직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선거를 통해 권력자의 얼굴은 바뀌지만, 권력의 구조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주민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제한적이다.
이는 언론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언론은 민주주의의 핵심 제도 가운데 하나이다. 시민들이 공적 사안에 대해 정보를 얻고 토론하며 권력을 감시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언론은 주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기보다 정치권력과 행정권력의 움직임을 중계하는 데 머무르고 있다.
특히 지역언론의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많은 지역언론은 지방정부 광고와 협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지방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지방권력과 공생관계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선거 기간에는 후보자들의 발언과 공약을 보도했지만, 정작 선거가 끝나고 나면 공약 이행 여부를 검증하거나 주민들의 생활 문제를 추적하는 보도가 사라진다.
결국 주민은 투표하는 순간에만 주권자가 되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정치의 주변부로 밀려나게 된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대표자를 선출하는 제도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시민이 지속적으로 권력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정치적 질서다. 지방자치 역시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절차를 넘어 주민이 예산과 정책, 지역 발전 방향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실현된다.
그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은 중요하다. 언론은 단순히 지방정부의 정책을 홍보하거나 정치권의 갈등을 전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지방정부의 예산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공약은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지, 개발사업의 수혜자는 누구인지, 지역의 노동자와 청년, 노인과 소상공인의 삶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추적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미디어 환경에서는 지역 공론장이 더욱 위축되고 있다. 시민들은 지역언론보다 포털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접하고 있으며, 지역의 중요한 의제들은 전국적 이슈에 가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언론은 단순한 뉴스 생산자를 넘어 주민 참여와 토론을 촉진하는 민주적 공론장의 운영자로 거듭나야 한다.
지방자치의 성패는 선거 결과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선거 이후 주민들이 얼마나 지역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언론이 얼마나 충실하게 권력을 감시하는지에 달려 있다. 6·3 지방선거는 끝났다. 그러나 주민자치는 아직 진행 중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당선자의 승리가 아니라 주민의 참여이며, 그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건강한 지역 공론장이다. 언론이 해야 할 일은 그 공론장을 지키고 확장하는 것이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주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에서 시작된다.